414. 최가은, 에디터 수풀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근황이 궁금해요.
저는 최근에 여행을 많이 다녀왔어요. 대전 다녀오고, 일본도 갔다 오고, 제주도도 다녀왔어요. 템플스테이도 해봤습니다.
헉, 템플스테이라니, 저도 제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예요. 어떠셨나요?
정말 즐거웠어요! 특히 예불 소리 들리는 게 너무 좋았고요. 저희 집이 기독교임에도 불구하고 불교로 개종하고 싶을 정도로……(웃음) 거기가 <헤어질 결심> 찍은 곳이거든요. 제가 그 영화를 좋아해서, 특히나 그 절에 가고 싶어서 좀 찾아 봤었어요. 거기 밥이 맛이 없다, 다른 절의 밥에 비해서 맛없는 편이라는 말이 있어서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는 거예요. 식사 정말 잘되어있고, 심지어 카레도 나왔어요. 이 정도면 절에서 살 수 있겠는데? 싶을 정도로. 이번에 정말 먼 곳으로 갔거든요. 전남 순천으로. 하루에 이동시간이 정말 길었어서, 다음에 가게 된다면 좀 더 덜 힘든 곳으로 가고 싶어요. 서울 근처에도 이런 템플스테이가 있더라고요.

보통 혼자 여행을 많이 가시는 편이세요?
아, 혼자 가본 건 얼마 전에 대전 여행을 간 게 처음이었어요. 근데 확실히 저는 혼자 가는 여행이 되게 잘 맞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요. 혼자 가는 여행의 묘미를 확실히 알게 됐어요. 다른 사람 일정에 구애받지 않는 거나, 내 템포에 맞춰서 다닐 수 있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조만간 대구도 혼자 가보고 싶어요. 일본 여행도 일행이 같이 가자고 해서요. 그래, 한 번 가보자, 라는 생각으로 다녀왔는데, 생각보다도 정말 좋았습니다. 일본인이 그래도 같은 동양인이잖아요. 근데 완전 다른 언어를 쓰고 행동하니까 그 감각이 너무 생경한 거예요. 그래서 일본도 다시 꼭 한 번 혼자서 가보고 싶어서 얼마 전에 비행기 표도 알아봤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시는 수풀님! 잘 다녀오셨다니 다행입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요? 에디터명을 소개해주세요.
에디터명의 유래에 대해서는 숨겨진 이야기가 좀 많아요. 제가 딱 잔치 처음 들어왔을 때 가수 유라의 정규 1집을 자주 듣고 있었거든요. 거기 앨범 중에 ‘수풀 연못 색 치마’라는 노래가 있어요. 평소처럼 그때 한창 에디터명 고민할 때였는데, 그 앨범을 아무 생각없이 듣고 있다가, 이 노래가 딱 들리는 거예요. 수풀이라는 단어에 굉장히 꽂혀가지고……. 일단 한 번 꽂히니까 의미부여를 하기 시작했어요. 뭔가 내가 좋아하는 초록색이랑도 잘 어울리고, 제가 플레이스팀을 지망했었으니까, 수풀이라는 단어가 플레이스 팀이랑도 맞는 것 같은 거예요. 수풀-레이스. 플레이스-풀. (웃음) 제가 진짜 의미부여 대마왕이거든요. 조금 더 고민해보고 정하려고 했는데, 이 정도면 나란 사람이랑도 잘 맞고, 내가 속해있는 팀이랑도 잘 맞는데 더 고민할 필요가 있나 싶어 딱 골랐습니다.
TMI지만, 처음봤을 때 제가 제일 마음에 들어 한 에디터명이었어요. ‘플레이스’ 팀의 ‘수풀’님, 어떻게 플레이스팀을 1지망으로 삼게 되셨나요?
일단 제가 교내에서 웹진 활동도 했었거든요. 학교 근처에서 가볼 만한 장소, 눈 여겨볼 만한 장소 같은 곳을 소개하는 글을 종종 썼었는데, 그런 활동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장소를 소개하는 일 자체에 애정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홍대생이잖아요. 연대나 서강대나 이대 같이, 신촌 완전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랑은 다르게 거리가 살짝 있죠. 그래서 신촌의 예술이나 신촌의 사람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모르겠다 싶었고, 앞에서 제가 말한 이유가 결부되어서 그러면 이제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팀은 플레이스팀이겠다 싶었어요. 뭔가 사람 인터뷰하는 것도 재밌어 보여서 2지망은 피플팀으로 뒀고요. 아트팀은 전혀 고려를 안했어요. (웃음) 제가 약간 예술이랑 거리가 먼 사람이라……. 근데 다른 분들 인터뷰들 보니까, 입하님은 아트팀만 1, 2지망이라고 하셨고, 유니콘님은 플레이스팀은 생각도 안했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진짜 나랑은 또 다른 세계를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플레이스팀으로 이렇게 멋지게 한 학기 활동을 하셨는데, 어떠셨나요?
발전할 수 있었던 점이 너무 많았어요. 글 잘 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를 느꼈죠. 저는 글을 좀 미시적으로 보는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글의 구조를 잘 못 보고, 문장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다보니 전체를 잘 못 보는 편인데, 잔치 활동을 하면서 그런 구조가 잘 잡혀있는 글을 쓰시는 분들이 되게 많아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피드백 주고받는 과정에서도 내 글의 경우에는 이 점이 문제구나, 다른 사람 글의 경우에는 이 점을 보완해야겠다, 하는 게 잘 보여서 서로 성장하는 시간이지 않았나 싶어요. 제가 아까 교내 웹진 활동도 했다고 했잖아요. 그때도 피드백을 되게 많이 주고 받는데, 잔치에서처럼 글의 좋은 점을 짚어 준다기 보다는… 약간 실용적으로 고쳐야 할 점만 딱딱 짚고 넘어가버렸거든요. 그래서 사실 피드백이라는 행위 자체에 애정을 가지진 않았고 정말 필요해서 하는 일이라는 생각만 했었어요. 그런데 여기 들어오고 나니까 글에 대해 좋은 말을 되게 많이 해주시는 거예요. 피드백을 이렇게도 할 수가 있구나 싶어서 제가 쓰는 글에 조금 더 애정을 가질 수 있지 않았나… 나보다도 다른 사람들이 제 글들을 더 칭찬해주니까, 나도 몰랐던 장점이 보이더라고요.

아까 글을 미시적으로 본다고 하셨는데, 딱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플레이스팀은 글을 쓸 때 묘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잖아요. 다른 분들 글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가끔 묘사에 치중한 글은 굉장히 늘어진다는 인상을 받거든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수풀님 글은 정말 담백하게 잘 읽혔어요. 어휘가 적재적소에 잘 쓰여서, 항상 대단하다, 필력이 장난 아니시다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제 취향은 Bokeh였어요.
감사합니다. 너무 감동인데… 보케 글은 저도 진짜 애정이 가요. 첫 글이어서도 있고, 그 공간 자체가 너무 예뻐서도 있고요. 그때 느꼈던 분위기를 참 좋아해요. 거기 가는 길 앉아서 시집 읽었던 거랑 디저트 먹은 일, 햇빛 느꼈던 일…. 날씨도 진짜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건 제가 수풀님 인터뷰 한다니까 입하님께서 주신 질문이에요. 수풀님은 굉장히 개성 넘치는 편이신 것 같아요. 에디터 수풀과 최가은이라는 사람의 추구미가 궁금하다…! 수풀만의 세계관이 있나요?
제가 개성있다는 말을 인생 살아보면서 거의 처음 들어보는데…(웃음) 항상 개성 있게 살고는 싶거든요. 근데 이제 또 비주류에 속하는 건 무서워서 억누르고 살았는데… 그런 말 들어서 기분이 되게 좋네요. 일단 에디터 수풀이라는 사람과 저 최가은을 구별해서 얘기를 해보자면, 수풀은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글을 쓰고 싶어요. 너무 모순적인가? 따뜻하다는 말은 무슨 의미에서 한 거냐면. 뭔가 세상의 모든 것들을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에서 바라보며 그런 것들을 글에 녹여내고 싶다는 뜻이에요. 시원하다는 말은 문체가 너무 무겁거나 묵직하지 않게, 담백하게 쓰고 싶다는 의미에서 했고요.
그리고 제 개인적인 추구미는 뭐랄까, 무해하고 푸른 사람? 근데 이제 그 속에서도 저만의 색을 좀 진하게 갖고 있는 사람. 사실 이게 제일 어려운 건데… 제가 제일 되고 싶은 모습이기도 해요.

너무 멋있네요. 지금도 충분히 진한 색을 가지고 계신 것 같은 걸요. 수풀님이 초록색말고 좋아하시는 색깔도 있나요?
이거 아까 질문지 보면서 되게 재밌는 질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일단 분홍색, 연노랑이랑… 무채색이요. 제가 평소에 오브제나 소품 같은 거 구경하는 거 되게 좋아하는데, 분홍색이나 연노랑색 소품은 다 되게 예뻐서 눈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무채색은 보통 옷 입을 때요. 오늘 옷도 그렇고, 무난무난한 걸 좀 좋아해서, 옷 입을 때는 무채색만 찾아 입게 되네요. 그래서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색은 초록색입니다. 진한 초록색과 올리브그린.
맞아요, 초록이 최고지요! 연두색도 같이 좋아해 주세요. 다음 질문은, 국어교육전공이면 한 번쯤 받아보셨을 질문 같아요. 책 추천도 받고 싶어요!
제가 국어교육과치고는 책을 너무 안 읽어서 조금 민망하기는 한데… 그래도 평소 좋아하는 책을 이야기해 보자면, 최진영 작가님의 <겨울방학>이라는 소설집 안에 ‘첫사랑’이라는 단편과 ‘어느 날’이라는 단편이 있거든요. 그 소설들을 좋아해요. 저는 이러나 저러나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얘기하는 글이 제일 좋은 것 같거든요. 그 소설집이 다 그런 내용이에요. 다른 책으로는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작가님의 유명한 소설이죠. 제가 어디서 본 건데, 최은영 작가님 소설은 맑고 투명하면서도 서사에 힘이 있다는 평을 본 적이 있어요. 그걸 되게 여실히 느낄 수 있던 소설 책이었던 것 같아요.
한국 문학 작품 취향이 확고하시네요. 그런 작품을 좋아하시는 수풀님은 글을 쓸 때 신경쓰시는 부분이 있나요?
일단 제가 플레이스팀이다 보니까, 그 장소에 대한 소개나 제 개인적인 감상을 균형적이게 잡는 걸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일단 장소 소개가 너무 많아지면 좀 뻔하디 뻔한 글이 될 수 있잖아요. 그렇다고 제 개인적인 감상으로 기울어지면 플레이스 팀의 성격에서 벗어나게 되고. 그런 균형을 좀 고민하고 있어요.
그거 외적으로는… 보케 글을 쓸 때 ‘텁시텁시’라는 말을 사용했거든요? 제가 어떤 반응을 의도하고 쓴 건 아니었고, 그냥 쓰다보니 이거 어감이 괜찮다 싶어서 썼는데, 피드백 때 많은 분들이 인상 깊게 봐주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뭔가 임팩트 있는 저만의 단어를 만드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그리고 요즘에는 글을 좀 더 맛있게 쓰기 위해서 공감각적인 표현이나 추상적인 관념들을 구체화하는 표현들도 많이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럼 플레이스팀 글을 쓸 때 제일 중요한 것, 장소 선정은 어떻게 하시는 편인가요? Bokeh, 르바게트메종, 투비위드유까지. 장소를 고르신 이유가 궁금해요.
글감 선정 기준은 뭔가 쓸 이야기가 많은 곳이어야 고를 만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인테리어가 예쁜 것? 그래서 사진을 많이 담을 수 있고 인테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지요. 제가 썼던 글이 전반적으로 다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거든요. 인상깊은 점이 많아서 방문한 보케도 그렇고, 르바게트메종도 그렇고, 투비위드유도 그랬어요. 음식점이나 카페 같은 경우에는 좀 특별한 메뉴가 있어서 그거에 대해 또 길게 얘기를 담을 수 있는지를 봐요. 제 글 중에서는 보케나 르바게트메종이 그런 이유가 아니었나 싶고… 사실 좋아하는 장소가 아니라 새로운 장소를 모색할 때에는 아무리 인테리어가 예쁘거나 인기 있는 장소여도 취향에 안 맞으면 그냥 넘겨버리는 것 같아요. 제일 중요한 건 그 장소가 제 취향이어야 한다는 거죠.
수풀님의 취향이라고 한다면?
너무 세련된 건 안 좋아해요. 어느 장소여도 그 장소만의 감성이 있어야 하고, 약간 옛스러우면 더 좋고, 초록이 많으면 더 더 좋고요. 초록색 너무 좋아요. 좀 편한 느낌을 중요시해서… 식물 많고 아기자기한 공간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세련되고 큰 도시 감성, 이런 거 있죠. 이런 건 보자마자 내 취향 아니다 하면서 넘겨 버려요
글을 쓸 때의 비하인드도 있으면 알려주세요.
이렇게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해도 되나 싶지만… 글에 관련된 분야는 아니어서요. 보케 취재하러 가는 길에 이따시만한 쥐를 봤어요. (손을 크게 벌린다…) 진짜 너무 기겁을 하면서 보케 건물 계단 위로 달려가서, 짐승 보고 놀란 가슴 디저트와 음료로 달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거기 진짜 좋은 장소인데… 그때 쓴 글만 보면 계속 그 쥐 생각이 나서 아직 마음이 조금 힘드네요. (웃음)
그리고 르바게트메종 같은 경우에는 원래 제가 거기를 취재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어요. 다른 곳을 취재 하려고 했는데, 컨택이 잘 안 되면서 엎어졌고… 그 외에도 다른 장소들을 몇 찾아 봤었는데 개인 사정과 겹치면서 취재 일정을 잡을 수가 없어서, 그냥 마음에 차지 않는 장소를 일단 결정하고 그곳을 취재하러 가는 길이었거든요. 근데 딱 르바게트메종을 발견하고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 거예요. 정말 인상 깊어서, 가게에 무작정 들어가 대면으로 취재 허락 받고 바로 취재를 진행했죠. 그리고 다음 날 글을 쓰기 시작해서 몇 시간만에 빠르게 마감했어요. 장소 선정부터 글 쓰는 것까지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던 글입니다.

‘에디터 수풀씨의 일일’은 글의 시작부터 우연히 들어가는 걸로 시작되잖아요. 컨셉이 그런 줄 알았는데, 실제 취재를 반영하신 거였군요.
그 글은 엄청 솔직하게 쓰고 싶었어요. 하필 그때 감정이 약간 뒤숭숭하고 그랬거든요. 마냥 기분 좋게 갔던 게 아니어서… 그래서 뭔가 그런 감정을 온전히 녹여내면 좋겠다 싶었고요. 우연히 들어간 장소라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형식이랑 내용을 차용해서, 글에 좀 이어지게 담아냈습니다. 의식의 흐름 기법 같은 느낌으로요.
나름 새로운 시도였던 투비위드유 글같은 경우에도 ‘투비위드유’의 앞글자만 따서 글을 썼어요. 그것도 정해놓고 그렇게 쓴 게 아니고 어쩌다보니 딱 생각이 나서 쓰게 된 거라…
혹시 엠비티아이 P이신가요?
(웃음) 저 완전 P예요. 일하는 방식이나 일정을 정해둔 것과 상관없이, 일을 하다보면 계획이 무조건 달라져요.
아까 웹진와 같은 글이나, 아니면 블로그라던가, 평소 쓰는 글과 잔치에서 쓰는 글과 차이가 있다면?
제가 교내 웹진 말고는 글을 자주 쓰는 편도 아니라서요. 일기도 많이 안 쓰고. 그래서 평소 쓰는 글이라 하면 블로그에 쓰는 글을 말하는 건데, 블로그에 쓰는 글은 형식 면에선 되게 자유분방한데 내용은 정제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저는 약간 솔직한 글을 잘 못 써요. 아무리 블로그 친구들만 보는 글로 쓴다고 해도, 누군가의 시선이 오는 걸 느끼는 순간 솔직함을 감춰버려요. 그래서 내 블로그 감성이랑 약간 안 맞다는 생각이 들면 쓰고 싶은 말이 있어도 숨겨두는 편이에요. 그런데 잔치는 되게 달랐던 게, 형식 면에서는 나름 정제되어 있지만 내용 면에서는 되게 자유분방해져요. 그러니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냥 다 쓰고 그 후에 좀 정제를 시키는 느낌. 잔치에서 쓰는 글은 내가 아는 사람보다는 불특정 다수가 어쩌다 보게 되는 글이라는 점도 한몫을 했던 것 같고요. 본명이 아니라 에디터명을 쓰는 것도 있고. 익명성을 갖춘 글이라는 점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다 드러낼 수 있는 그런 글이 되지 않았나.

익명성이 솔직함을 보장해주셨다는 거죠. 무슨 말인지 이해 가는 것 같아요.
맞아요. 블로그에 글을 쓸 때에는 이건 너무 TMI다, 이건 너무 감성적이다, 하면서 비공개 처리하고. 오글거린다라는 말 자체를 안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통용되는 말들이 있잖아요. 그런 글들은 안 쓰게 되고요. 그런데 잔치 활동하면서는 그렇게 들리는 말도 그냥 서슴없이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잔치가 저에게 자신감을 주지 않았나… 웹진이 나온 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의 공식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 처음 잔치에 들어 왔을 때에는 정제된 글을 써야 하나? 싶었는데요. 그냥 쓰다 보니까 하고 싶은 말 쓰게 돼. 그런데 아무도 뭐라 안 해. 오히려 좋아해. 이게 되네. 그렇게 계속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다음 학기에 생각해 둔 글감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음식점이나 카페를 벗어난 곳을 써보고 싶어요. 저는 도리 에디터의 꽃집 소개를 너무 인상 깊게 봤거든요. 사실 플레이스팀이니까 말 그대로 신촌 근방의 플레이스는 어디든 글감으로 삼을 수 있었던 건데, 저는 그걸 너무 음식점이나 카페로 한정 지어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 학기에는 좀 원래 쓰던 소재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예를 들면 식물에 관한 신촌의 장소라던지. 아니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마지막 글 같은 경우는, 제가 홍대생이니까 홍대에 관련된 글도 써보고 싶고요. 그리고 형식 면에선 입하님의 ‘불가해의미’ 형식이 너무 인상 깊었어요. 내용도 그렇고…
다른 팀에서 인상 깊었던 글도 있나요?
(연두를 가리킨다.)
아니, 이러지 말고요. 진짜로.
저 진짜 좋았어요. 사랑, 사람, 삶. 피드백 때도 이야기했지만 제 블로그 소개글이기도 하거든요. 저는 딱 그 소재를 보면서 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했어요. 저 글자들의 변형 과정과, 변형됨에도 불구하고 저 단어들이 가지는 유사성, 그런 것을 나와 똑같이 파고들고 글로 남겨보고자 하는 것에서부터 그 글을 정말 기대했어요. 설문조사 형식부터해서 그 글의 내용까지 제가 너무 좋아하는 형태의 글이었습니다. 그런 익명 형식 글 좋아하거든요.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각자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그 모든 게 다 담겨 있던 글이었어요.

좋게 봐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얼른 넘어갈게요. 다음 학기 잔치 활동의 목표가 있나요?
일단 제 개인으로서는 질적으로 좀 좋은 글을 쓰고 싶어요. 아까 한 얘기와도 결이 통하지만, 글 잘 쓰시는 분들이 너무 많잖아요. 유니콘 에디터님 같이. 그런 걸 보면서 ‘나 진짜 한참 부족하구나’를 많이 느꼈죠. 그런 분들 글을 많이 보고 배워서 임팩트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딱 봤을 때 인상 깊다는 말이 나오면 좋겠어요.
그리고 도리 에디터한테는 최강 플레이스팀을 만들어 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다람 에디터도 이번 학기 끝나면 못 보는 게 너무 아쉬웠는데, 운영진으로 다시 만나게 돼서 기쁘고요. 시나리는 에디터 시나리도 너무너무 좋았는데, 운영진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벌써 마지막이에요. 이번 학기 공통 질문은 자기 인생의 주제가를 정한다면? 입니다. 인생의 주제가가 거창하면, 인생곡이나 그냥 좋아하는 노래도 괜찮아요.
딱 있어요. 주제가라고 하기에는 거창하지만, 뭔가 신선한 충격이나 새로운 경험을 느끼게 해주는 노래가 있는데, 이소라의 ‘처음 느낌 그대로’라는 노래예요. 옛날에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에는 가사가 뭔 소리인지 하나도 몰랐거든요. 그냥 노래 좋다, 멜로디 좋다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후에 제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어떤 경험을 하는 중에 그 노래를 다시 들었는데, 그때 갑자기 이 가사가 너무 이해되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런 말 있잖아요. ‘옛날에는 이 노래를 이해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서 다시 들으니까 무슨 소리인지 이해했어요.’ 영화도 그렇고 노래도 그런 게 많죠. 저는 이 ‘처음 느낀 그대로’라는 노래가 처음 이런 경험을 하게 해 준 노래 같아요.
또 그 노래 가사말이 ‘어쨌든 그럼에도 난 아직도 너를 사랑한다. 그러니까 내가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이든 간에 그래도 난 너를 사랑한다.’ 이렇게 말하는데, 제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랑도 잘 맞는 것 같아요.
에디터 소개란에 “언제나 ‘그럼에도’를 말하고 싶습니다”라는 말과 닮아있다는 거지요?
몰래 바꿔 놨는데, 그새 보셨네요. (웃음) 사실 인생은 따지고 보면 무의미함의 연속이잖아요. 그냥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냐는 관점의 차이죠. ‘어차피 죽을 건데 왜 살지?‘, 어차피 끝날 사이인데 이 관계를 왜 맺지?’라고 염세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우리가 계속 살아가고 계속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건 다 삶의 찰나와 순간순간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 때문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그 힘이 되게 중요하니까… 무슨 얘기 하다가 여기까지 왔죠?
인생곡이랑 어울린다는 말이네요.
아, 그랬지. 그 노래 화자가 저랑도 많이 닮아 있어서 인생곡으로 뽑게 된 것 같아요. 어쨌든 우리 모두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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