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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3 · 12 · 26

취중人담

Editor 왕 잔치

[제목] 취중人담

[등장인물] 우주먼지(이은서), 연두(이재인), 유니콘(정해영), 뉴사운드(박새솔), 유화(최예주)

[무대] 서울 마포구 백범로 24길 5-6 알렉산더리

[러닝타임] 172분 35초

[막] 1막

[장] 1장

 

마포구의 한 술집. 시끌벅적한 사람들 가운데 피플팀 잔꾼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있다. 술 한 잔을 걸치며 서로를 묻는 진솔한 인터뷰를 하기 위함이다. 취중 인터뷰인지 인터뷰를 빙자한 취하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시점에서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글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성사된 정체 모를 만남에 왠지 웃음이 나는 것으로 충분하니까.

‘딸-랑!’ 

시험을 치고 늦게 도착한 유화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오자, 여느 회의처럼 웃으며 인사를 나누곤 음식을 주문한다. 서로가 서로를 본격적으로 인터뷰하기 전, 술과 음식을 기다리며 피플팀은 잠깐 각자의 생각에 잠긴다. 늘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다 나의 이야기를 하려니, 다들 쉽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서로의 글을 읽으며 느껴왔을 동질감과 신선함. 사람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사람에게 쉽게 상처받았던 경험들. 각자 다른 인터뷰이를 만나도, 결국에는 하나로 귀결되는 ‘사람들끼리 부대끼며 사는 얘기’. 하나 하나 떠오르는 기억의 구슬들을, 부디 약간의 취기가 물 흐르듯 잘 꿰어 주길 바라며 대화의 공백을 저마다의 생각으로 채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맛잘알 뉴사운드의 진두지휘 아래 누구보다 신속하게 ‘첫 짠!’을 외친 잔꾼들. ‘너무 취하진 말자, 우린 일하러 만났다!’를 되새기지만 이미 잔뜩 상기된 표정이다. 인증샷 찍고, 피플팀의 구원자 ‘클로바노트’를 켜면 모든 준비는 끝났다.  무대를 뒤집어, 늘 조명을 받던 메인 스테이지를 뒤로하고 무대 뒤를 들여다 볼 시간!

 

 

#1 인터뷰 사전조사와 관심사

 

오늘의  안주는 돼지찌개와 버터 포테이토&소세지.

맵칼한 국물과 뽀득뽀득한 소세지의 등장에 모두가 시선을 뺏기고, 잠시동안 이곳에는 꼴깍!하는 침 소리와 찰칵!하는 카메라 셔터음만 울린다.

 

유화: 플래시라도 터트려야 하나?

유니콘: 이렇게 돌려서 찍으면…

연두: 플래시 키면 이상해질걸?

유화: 몰라. 그냥 찍어봐 뭐가 나오는지.

유니콘: (자신이 찍은 사진을 확인하며 작은 목소리로) 별로니까 삭제.

뉴사운드: 잔치 특징. 사진에 진심임. 그럼, 사진을 제일 못 찍는 저부터 질문 뽑을게요.

뉴사운드, 주섬주섬 통에서 질문지 하나를 뽑는다. 통에는 미리 만들어온 질문지가 들어있다.

뉴사운드: 그 전에 다들 짠할까요?

 

일동: 짠!

 

뉴사운드: 첫 질문은… 인터뷰의 진정한 시작에 관한 이야기네요. 이거 안 섞은거 아냐? (웃음) 큼큼.

여러분들은 인터뷰 전에 사전조사를 어떻게 하는 편인가요?

유화: 나같은 경우에는 할 수 있는 건 다 해가. 그건 단순히 인터뷰를 따려는 목적이 아니라 진짜 좋아서.

유니콘: 뒷조사(?)가 필요하지. 섭외 메일을 보낼 때도 당신의 이런 거를 좋게 봤어요라고 상세하게 써야지 설득할 수 있는 것 같아.

연두: 알아야지 질문을 짤 수가 있으니까 조사를 할 수밖에 없어.

유니콘: 인스타그램을 보면  어떤 사람일거라는 느낌이 오지 않아?

뉴사운드: 그렇지, SNS만 봐도 뭔가 알 것 같은 느낌이 오지.

유니콘: 제일 좋은 거는 그 사람이 어딘가를 운영하고 있다면 그 공간을 몇 번 가보는 거.

뉴사운드: 아, 나 첫 글을 써야했을 때. 너무 부담되고 잘 쓰고 싶은거야. 그래서 인터뷰이 연극을 보러 갔었어. 

유니콘: 진짜 정성 대박이다.

뉴사운드: 확실히 사전조사는 많이 하고 가는게 좋은 것 같아. 이번에 진짜 후회했거든. 축구에 대해 아는게 너무 없어서 질문의 깊이가 너무 얕았던거야. 나중에 인터뷰 글 쓰면서 여자축구에 관한 에세이를 읽었는데 ‘아, 이런 걸 물어 봤어야 했나’라는 후회가 많이 들었어.

유화: 맞아. 내가 이번에 인터뷰한 그리너리케이브도 처음엔 인스타그램만 봤었거든.  그런데 인스타 바이오에 블로그 주소를 달아놓은거야. 들어가봤더니 더 길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더라고. 인스타그램만 봤다면 이 공간과 사람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을 것 같은데,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되니 무엇을 중점적으로 물어볼지가 더 잘 보이는 느낌이 들었어.

뉴사운드: 아, 그리너리 케이브? 너 그거 하면서 엄청 재밌었지? 글에서 엄청 즐거워했던게 느껴졌어. 나도 연극 인터뷰할 때 너무너무 재밌었거든.

연두: 나는 신미나 시인님 인터뷰할 때!

뉴사운드: 자기 관심분야에 대해서 인터뷰 할 때, 진짜 너무 재밌어.

유니콘: 아무래도 글이 잘 나올 수밖에 없지. 질문의 퀄리티도 그렇고. 어찌되었든 다들 다 관심사로부터 시작한 것 같아. 특히 첫 글 같은 경우는.

연두: 나 저번 학기에 쓴 글 다 관심사였어. 

유니콘: 비슷해보일지라도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것 같아.

뉴사운드: 그런데 오빠는 연결되지 않아보이는 것들을 한 템포로 잘 쓰는 것 같아서 부러워. 타투에서 리듬을 보거나 악보와 퀴어를 연관 짓는다거나. 난 그런 건 생각도 못했는데.

연두: 그게 진짜 ‘피플’ 재능이잖아. 연결짓고 엮는거.

유니콘: 나는 사실 *실물잡지의 주제인 ‘PLAY 신촌’이 모든 웹진 글에도 해당된다고 생각했었어. 애초에 PLAY라는 키워드를 잡으니까 컨셉이 명확해지더라고.

*2024년 2월에 공개될 잔치의 네 번째 실물잡지.

연두: 다들 글을 너무 잘써.

뉴사운드: 맞아. 일단, 재인이 너는 글이 너무 깔끔해. 인터뷰를 직접 하기 전까지는 깔끔하게 잘 읽힌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몰랐어.

연두: 난 구구절절 늘어지는 걸 별로 안 좋아해. 

유니콘: 부러워. 깔끔하게 써야지하면서도 주저리주저리 쓰고 있다니까?

유화:(고개를 끄덕이며) 이런저런 표현 가져다 쓰는 게 차라리 쉽지.

뉴사운드: 글 읽고 깔끔하게 읽힌다? 그럼 재인이 거야. 예주 글도 읽으면 딱 알겠어. 해영오빠는 뭐, 말할 것도 없고. 

유니콘: 점점 느껴지는 것 같아. 보다 보니까 다 각자의 쪼, 스타일이 있다는게 확 느껴져.

: 그게 너무 신기해. 잔치 들어오기 전까지는 내 글에서 내가 보일 거라는 생각을 한번도 안했는데, 잔치 들어오고 나니까 다들 그 이야기를 해주더라고.

연두: 맞아. 딱 보여.

유니콘: 새솔이가 처음에 들어올 때 썼던 미션글이 다들 너무 좋았다고 하는거야. 그래서 계속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여자 축구에 관한 글 읽으면서 대충 상상이 가더라고. 아,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뉴사운드: 내 스타일…이 있는 건 사실 모르겠어. 그런데 지향점은 있는 것 같아. 난 웃긴 게 좋아. 내 글을 읽고 사람들이 피식했으면 좋겠어.

유니콘: 그거 재능이야. 나도 웃기고 싶은데…

연두: 아, 이건 기만인데? 본투비 웃수저라서 할 수 있는 말이잖아.

니콘: (소심한 목소리로) 그냥 내가 푸닥거리는 걸 좋아하는거 아니야?…

뉴사운드: 아닌데? 아니야, 그냥 웃겨. 그리고 사람들이 분위기가 비슷해서 그런지 유머코드도 잘 맞는 것 같아.

유화: 우리끼리는 유머코드 맞는데 항상 다른 팀들에게 지탄받는 피플. ‘아~ 피플? 피플은 아재개그’ 그런 이미지지.

다같이 웃는다.

뉴사운드: (갑자기 정색하며) 유화야, 잔 비우자.

유화: 비울게요. 비울게요.

일동: 짠!

 

 

#2 인터뷰 스타일

 

유니콘: 다음은 제가 뽑겠습니다. (손을 굴려 질문지를 뽑는다) 각자의 인터뷰 스타일. 누가 먼저 할까요?

서로 눈치를 본다.

유니콘: (능글맞게 연두를 가리키며) 그럼 선배님부터!

연두:  아 제가 선배님이죠, 하하…. (나이로는 가장 어린 연두가 멋쩍게 웃는다) 저는 정석적으로 질문 던지고 답변 듣기의 반복이에요. A에 대한 답변을 듣고 꼬리질문으로 A-를 듣고 다시 B에 대한 답을 듣고 B-를 듣는 스타일이죠. 그래서 티키타카가 잘 되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는 마감에 쫓겨 쓰는….

유니콘: 마감이 확실히 영감의 원천이지.

뉴사운드: 진짜 데드라인이 있어야 돼. 글은 그때 가서 울면서 쓰는 거야.

유니콘: 궁금한 게 그럼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

연두: 대화보단 정말 인터뷰 같은 느낌이었어요. 마지막 <생의 노래> 인터뷰가 그래도 티키타카가 된 느낌이었고요.

뉴사운드: 나도 틀을 토대로 하는데 보통 인터뷰에 쓰지 못할 말들을 해. 티키타카가 되긴 하는데 내가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잡담하는 걸 너무 좋아하니까. ‘어디 사세요? 헉 저는 신촌사는데 통학이 너무 힘들어요.’ 이런 정도로. (웃음)

유화: 오… 스몰토크를 많이 하는구나.

뉴사운드: 그래서 나중에 쳐내기만 너무 힘들고, 결론적으로 쓰는 건 A, A-1, B, B-1…

유니콘: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 같다고 그랬잖아. 근데 사실 내가 원하는 느낌으로 끌고가는 경향이 있어. 나는 질문지를 두 개 만들거든. 미리 보내주는 사전질문지는 맥락을 많이 쳐내서 작성하고, 내가 인터뷰 할 때 쓰는 질문지엔 살을 많이 붙여. 질문 만들 때 인터뷰 장면을 많이 상상하거든. 거기서 나올 것 같은 말이나 흐름을 많이 적어놓고 현장에 가는 거야. 운이 좋게 지금까지는 실제 인터뷰가 비슷하게 흘러가서 그걸 바탕으로 꼬리질문을 묻고 계속 발전한 느낌? 그래서 사람들이 티키타카가 잘 된다고 했을 때 살짝 찔리기도 했어. 모든 게 계획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만든 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래도 나는 대화하는 느낌을 좋아해서 자연스러운 맥락을 항상 가져가려고 했던 것 같아. 다 내 관심사에서 비롯된 주제니까 인터뷰이의 얘기를 듣고 싶은 게 컸거든. 

유화: 나도 엄청 다르지 않은 거 같아. 일단 질문을 짜고 질문지대로 얘기를 하는데, 만약에 A를 질문 했어. 근데 인터뷰이의 답이 내가 준비한 B질문을 바로 하기엔 어딘가 갭(gap)이 있을 때가 있잖아. 그러면 얘기를 좀 더 하고 두 세 질문 정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B로 이어지기도 하더라고. 

유니콘: 기술인데.

유화: 진짜 순간에 머리를 엄청 굴려. ‘이 답변을 어떻게 저 질문과 엮지’하고. 그 외에는 마무리 질문이나 개인적으로 꼭 물어봐야겠다고 하는 건 맥락과 관계 없이 끊고 물어보고. 그걸 나중에 편집할 때 어울리는 곳에 배치하고. 

(일동): 맞아. 맞아. 맞아.

뉴사운드: 그렇게 쓸만한 말을 해야하는데 난 진짜 잡답을 해서…(내심 시무룩해진다)

유니콘:  근데 너는 그 자체로 얻어가는 게 있지 않아? 좋은 거 같아. 난 그거를 못해서 이런 방식을 만든 거거든. 

연두: 난 둘 다 못해. (웃음) 스몰토크도 못하고, 계략도 못하고.

(모두 껄껄 웃는다)

유니콘: 계략이요…허허. 근데 맞긴 해.

뉴사운드: 계.략.남.

유니콘: 난 거의 카피야. 이슬아 작가님의 인터뷰를 좋아해서. 그분이 인터뷰 관련 강의하는 것도 두 세번 정도 들었거든.

뉴사운드: 유니콘은 그럼 인터뷰 하는 거에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던 거야?

유니콘: 인터뷰어로서 관심이 있다기 보단… 그냥 그 장르가 좋았어. 

뉴사운드: 난 솔직히 들어오기 전까지 인터뷰를 잘 안 읽었거든. 

유화: 나도 많이 읽진 않았어.

연두: 읽을 일이 어딨어요? 수험생이.(웃음)

유니콘: 그래, 아예 없지. 

뉴사운드: (연두에게 호통치며) 야, 자꾸 어필할래? 얘 지금 자기 어리다고 어필하는 거잖아.

유니콘: 그런거였어?! (뉴사운드를 콕 집으며) 너, 너 잘 찍었다.

유화: 맥락 아주 잘 파악해?

연두: 죄송합니닷.(씨익)

 

#3 인터뷰의 매력

 

 

일동: 짠!

 

연두: (잔을 내려놓자마자) 다음 질문 뽑자!… 이거 나왔다. 인터뷰의 매력이 무엇일까요?

유화: 작게 보면 인터뷰란 장르의 매력, 크게 보면 피플팀의 매력이기도 하겠다.

연두: 음, 일단 인터뷰이 자체가 인터뷰를 할 만한 뭔가가 있는 사람인 거잖아. 하나에 굉장히 몰두해 있거나, 관심 분야가 확실한 분들이 많아서 이야기 듣는 것 자체가 재밌어. 시인이든, 운동인이든 내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제일 재밌는 것 같아.

유니콘: 우리(피플팀) 특권인 것 같기도 해. 인터뷰어라는 이유로 본 적도 없는 사람들한테 갑자기 연락해서 ‘당신의 이야기를 해 주세요’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게.

유화: (공감한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감탄한다) 맞아. 인터뷰가 아니면 절대 만날 일이 없었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원래 알던 사람이라도 그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볼 수도 있고. 거기서 우리가 더 배우기도 하고!

연두: 그게 우리 팀의 특장점이자 가장 힘든 점이기도 하지. 나는 이번 학기에 인터뷰했던 분들이 다 무언가를 진짜 사랑하는 사람들이었어서, 글을 쓰면서도 ‘삶에서 사랑하는 것 하나는 꼭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

(일동): 맞아. 크, 진짜 좋은 말이다!

뉴사운드: 이번 내 글의 ‘우리는 모두 숨쉴 공간을 가져야 할 당위가 있다’는 말처럼. 이 말은 서강연극회의 91년도 기록에서 나온 건데, 그때 모종의 이유로 연극회가 연극을 금지당해서 공연장을 쓸 수 없게 된 거야. 그래서 데모를 준비하기 전, 한 선배님이 “연극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모인 이유가 없다.”는 말과 함께 남긴 말인데, 꽤나 울림이 있더라. 인터뷰랑 잔치가 올 해 나에게 숨쉴 공간이 되었지 않나 싶어.

유화: 나도 이번에 디자이너님 인터뷰를 하면서, 처음에는 일 하려고 인터뷰 질문하던 게 나중에는 내가 더 빠져들어서 끄덕거렸어. 전공 관련으로도 인사이트도 많이 얻고.

유니콘, 뉴사운드: (끄덕거리며) 맞아. 유화가 진짜 평소보다 신난 게 글에서 느껴지던데? (웃음)

유니콘: 아까 인터뷰 자체가 좋아하는 장르라고 그랬잖아. 왜냐면 인터뷰가 가장 이상적인 대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거든.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간에 경청하고, 일단 들어보려고 하고, 어떻게든 따듯한 시선을 주고.이런 경험 자체가 쉽지 않잖아.

유화: 와, 진짜 맞다.

유니콘: 진짜 좋은 거야. 내가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런 걸 평소에도 계속 바라고 있거든.

뉴사운드: 인터뷰라는 게 가장 이상적인 대화네, 진짜.

유화: 피플팀 존재의 이유를 찾은 것 같아.  

연두: (거의 울먹거리며) 이거 좀 감동이다. 나 좀 찌르르 했어.

유화: 진지한 대화를 하기 쉬운 환경은 아니잖아요, 요즘에는. 괜히 진지충이라고 비꼬거나 밈 같은 걸로 더 많이 소통하고. 진지한 대화를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있는 명분을 인터뷰가 만들어주는 것 같아. 

뉴사운드: 친구들이랑 모이면 ‘나 지금 발등 브륄레,’ 이런 얘기나 하고. 그런 말 있잖아. ‘오글거린다’라는 말이 나온 이후로 진지한 표현이 사라지게 됐다고.

연두: 의식적으로라도 내가 그 사람에게 집중하려는 상황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친구들 말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데. 사실 우리 엄마 말도 그런단 말이야.

유니콘: (잠시 고민하고는) 좋아하는 분야의 사람들을 찾아가니까, 오히려 거기서 내가 응원을 받고 나와. 이런 생각을 품고도 자기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구나 하는.

연두: 완전 맞아. 나도 이번에 신미나 작가님 인터뷰 했을 때 출판사 인턴십도 추천해 주시고,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었어. 

유화: 들이는 품이 많은 만큼 얻는 것도 제일 많은 것 같아. 다른 팀들도 글을 쓰면서 배우고 얻는 건 당연히 있겠지만, 우리는 뭐랄까… 남이 직접적으로 나를 도와주는 경험이 있어.

연두: 내부에서 내가 깨고 나오는 것과 외부에서 나를 쳐주는 건 확실히 다르니까.

뉴사운드: 나는 처음부터 피플이 1순위였거든. 내가 ‘모순’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연두, 유니콘: 양귀자?

뉴사운드: 어. 내가 몸은 컸는데 그에 비해 쥐고 있는 삶이 너무 가볍다는 생각을 해서 좀 넓혀보고 싶었어. 똑같은 곳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유니콘: 아냐, 넓히는 거 맞아.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유화: 그치, 언제 축구장을 가보겠어. 

뉴사운드: 축구장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이번 학기에는 반절 정도 성공한 것 같아. 다음 학기에는 더 확실히 나와 동떨어진 경험을 해보려고.

연두: 저는 실패했는데… 새솔 언니는 다르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유화: 연두가 이제 다음 학기에 지켜보면서 말해주면 되겠다. ‘유화야, 너 다른 주제 한다며… 왜 또 디자인 하는데…” 라고 얘기해 줘.

연두: …말해 드릴게요.

 

 

#4 인터뷰의 목적

 

일동: 짠!

 

유화: 제 차례죠? (질문지를 뽑고는.) 인터뷰의 목적? 다들 인터뷰를 하면서의 목표가 뭐예요?

연두: 나는 피플팀에 들어온 이유가 다른 사람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서였어. 그래서 웬만하면 내 얘기는 안 쓰려고 했었거든. ‘인터뷰의 중점은 무조건 인터뷰이여야한다!’ 라는 생각으로 인아웃트로에서 최대한 짤막한 감상을 남기려고 했던 것 같아. 독자들이 인터뷰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했었지. 

유화: 그래서 연두 글이 더 깔끔하게 읽혔던 거 같기도 하고. 

연두: 감사합니다. (웃음) 잘 읽어줘서 감사해요.

유니콘: 한 번 말한 적 있는데, 인아웃트로가 좀 더 길어져서 에디터들 각자의 생각을 더 엿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연두: 안 그래도 그 얘기를 듣고 마지막 글은 인터뷰 형식으로 안하고 그냥 내 얘기를 적어봐야겠다 싶었어. 

유니콘: 지금까지 내가 썼던 글들은 인터뷰보다는 대담같아. 물론 인터뷰이의 말도 많이 듣지만 나도 내 할 말이 있었던 거라. 

연두: 그래서 좋았어. 사람 둘이서 한 토픽을 가지고 얘기한다는 느낌이 강했어서…

유화: 인터뷰어랑 인터뷰이랑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느낌이 강했지. 카페 같은 데 가서 옆 테이블 수다 들으면 제일 재밌는 느낌처럼.

 

 

#5 인터뷰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일동: 짠!

 

연두: 이제 남은 질문이… 자신이 인터뷰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뭐가 있지?

유화: 인터뷰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이라…나는 인터뷰를 할 때와 쓸 때 이렇게 두 개를 나눠서 생각해봤어. 내가 이번 학기에 썼던 글들이 전부 흔히 ‘주류’라고 불리는 이들과는 조금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나눈 이야기였거든. 온기 있는 시선으로 이 사람들을 비추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내가 더 우월해서 호의를 베푸는 느낌이 아니라, 동등한 눈높이에서 정말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인터뷰 할 때 항상 했었던 것 같아. 실제로 쓰는 작업에 들어갈 때엔, 꾸밈 표현들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게 절제하는 걸 중요시 했었어. 내가 미사여구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보통 초고는 정말 화려하게 쓰는데, 인터뷰 글에서는 그게 포장처럼 느껴지더라고. 그래서 담백하고 흔하지 않은 표현들을 쓰려고 많이 노력했어.

연두: 맞아. 동등한 눈높이에서 따뜻하게 바라보는 글을 쓰고 싶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 쓰는 표현들도 과하지 않게, 담백하게 쓰는 중용 같은 글…

뉴사운드: 유머러스한데 너무 가볍지 않은 느낌.

유니콘: 비결은 어휘력인거 같아. 어휘력이 좋으면 똑같은 문장을 쓰는데도 확 달라지더라. 그러려면 책을 진짜 많이 읽어야 할 거 같아.

유화: 맞아. 피카소 같은 화가들은 정말 유아틱하게 그림을 그리잖아. 그렇지만 사실 피카소도 과거엔 정석적인 스타일로 최고봉을 찍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은 거래. 그러니까 가진 게 10이라고 하면 그걸 2로 잘 풀어내는 거랑 진짜 가진 게 2, 3인 상태에서 그걸 바닥까지 다 보여주는 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어. 

연두: 맞아, 맞아. 그래서 그냥 모든 글에 최선을 다할 뿐이야. 사실 글이 누군가에게 와 닿아서 읽히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6 술자리를 끝내며..

 

사람이다. 상처받고 얼룩진 마음에 “세상에서 사람이 제일 싫어!!!”를 외쳐도, 귀여운 동물 영상을 더 많이 찾아봐도, 다시는 남을 쉽게 믿지 않으리라 다짐해도 돌고 돌아 그 끝은 사람이다. 절벽에서 나를 밀어뜨리는 이도 있겠지만, 그 아래에서 떨어지는 나를 받아주는 안전 그물도 손에 손을 잡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절대 혼자서만 살아갈 수 없다.

진정으로 한 사람을 알게 된다는 건, 그 사람의 세계에 흠뻑 스며드는 것이다. 수백 갈래 길을 혼자서 전부 걸어 보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턱없이 적어서, 가보지 못한 길에는 얼마나 아름다운 꽃들이 피었던지 다른 사람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통해 듣는 것. 잔치가, 또 피플팀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직접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제일 좋겠지만, 너무 멀리 있어 눈을 맞출 수 없는 사람의 발자취를 대신 전해주려 한다. 인터뷰이의 말들을 잔뜩 묻힌 채 독자에게 날아가, 간접적으로나마 대화(對話)의 개화(開花)를 유도하는 작은 꿀벌이 되어 세상을 조금 더 이어 주고자 한다. 

다만 우리 꿀벌들의 작은 바람이 있다면, 시간의 흐름에 무뎌지지 않기를. 세월이 흘러 때로는 현실과 타협하고, 내려놓음을 더 이상 아쉬워하지 않는 때가 오더라도 소중한 사람의 이야기는 변함없이 귀 기울여 들어 주기를. 이전까지의 경험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을 만났을 때는, 다른 사람이 쌓아온 지혜를 잠시 빌려다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그리고 언젠가 깨달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살아감이란, 결국에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사람이고, 영영 기어코 사람이다. 그러니 기꺼이 사랑하자, 우리!

왕 잔치
AUTHOR PROFILE
왕 잔치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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